21세기, 부실공사의 전통은 이어지고 있었다? 뉴스



'건물 붕괴'라면 최근의 사람들은 무엇을 떠올릴까요?

미국인이라면 911테러로 세계 무역센터 붕괴 사고를 생각하게 될 것이겠지요. 한국인이라면 무엇을 떠올릴 수 있을까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생각해보면 좀 많습니다. 그것도 테러가 아니라 '부실공사'로 무너진 것들이지요.

20세기, 식민지라는 아픔을 겪었던 대한민국이 단기간에 G20정상회의를 개최할 수 있을 정도의 국가가 된 것에는 여러가지 노력이 있었습니다. 소위 회자되는 '한강의 기적'을 떠받든 기초 중 하나는 '건설'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각종 부실공사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1970년 4월 8일 새벽 6시 30분. 서울시가 마포구 창전동에 야심차게 추진했던 지상 5층, 15개동 규모의 와우아파트 한 동이 준공 석달만에 주저앉았습니다.

당시 와우 아파트가 서민들을 위한 아파트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건축비를 줄이고, '6개월'이라는 믿기 힘들 정도로 짧은 시간에 아파트를 지어 올린 것은 놀라운 기술력 덕분이 아니라 시공비 절감을 위해 비싼 철근과 시멘트를 줄여가며 부실하게 지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부실공사의 악몽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20~30대라면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1994년 10월 21일 아침, 다리의 북단 5번째와 6번째 교각 사이 상판 50여m가 내려앉는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발생 7년 후, 법원은 본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동아건설의 부실시공 때문이라고 확정 판결을 내렸지요.

성수대교 붕괴의 악몽에 이어 이듬해인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7분.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에 있던 삼풍백화점이 붕괴됐습니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1천여 명 이상의 종업원과 고객들이 다치거나 사망했습니다. 사망자는 501명, 부상자는 937명, 실종 6명, 피해액은 약 2700여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사건도 부실공사 때문이지요. 건물 하중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돈'만 보고 무리하게 설계를 변경한 것은 물론이고, 건물 붕괴 조짐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을 피난시키지 않은 '윗선'들의 책임도 크지요.

뜬금없이 부실시공 문제를 꺼내든 것은 어제 인터넷에 돌았던 모 사이트, 그리고 위에 올린 사진 때문입니다.

어제 한 유머 사이트에는 위와 같은 글이 올라왔습니다. 당시에 혹시나 해서 캡쳐해 뒀었는데 실제로 현재 글은 지워졌습니다. 대신 똑같은 글이 새로 올라왔더군요

그야말로 뒤집어질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대한기술사회에 올라온 글은 무려 2008년에 올라온 글이었습니다. 벌써 2년이나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는 것 자체가 충격과 공포였으니까요. 

결국 이 글은 트위터에 링크되며 수많은 사람들이 RT를 걸었습니다. 다음날 머니투데이에는 롯데百, '청량리점이 제2의 삼풍百?' 루머 직접 진화라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일단 롯데백화점은 아니라고 합니다만, 어딘지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관련해서 대한기술사회 홈페이지는 수많은 방문자로 인해 트래픽 제한에 걸려 현재 접속 불가 상태입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아직까지 '루머'입니다. 대한기술사회에 올라온 글의 내용이 진짜라는 보장조차 없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오늘(3일)자로 인터넷에 한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지난 8·15 광복절 경축식에 맞춰 원래 모습으로 복원된 광화문의 현판에 눈으로도 확연히 보이는 균열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145년전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고 말한지 이제 3개월인데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로 금이 갔지요.

실제로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이 지난 8월 15일 일반에 공개되기 전부터 12월에 예정됐던 복원 완료 시점을 G20 정상회의와 8.15에 맞춰 두번이나 앞당긴 터라 분명 공기 단축 논란이 있었던 것만은 사실입니다.

서울신문에 올라온 광화문 현판, 3개월만에 균열…졸속 복원?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현판의 복원에는 문제가 없으며, 최근의 날씨가 건조해 현판에 사용된 금강소나무가 수축하며 금이 간 것이라 합니다. 하지만 복원했다고 공개한지 3개월만에 금이 갔다는 것은 밖에다 걸어놓는 현판의 특성상 날씨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소리밖에 되질 않습니다. 

삼풍 백화점 붕괴 이후 1980년대와 1990년대 초에 지어진 건물들에 대한 공포와 회의적 시각이 확산되자 당시 정부는 전국의 모든 건물들에 대한 안전 평가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 고층 건물의 1/7(14.3%)은 개축이 필요한 상태. 전체 건물의 80%은 크게 수리할 부분이 있으며 대한민국 내 전체 건물의 2%만이 안전한 상태. 였다고 합니다.

사고 이후 네이키드 사이언스와 내셔널 지오그래픽, 디스커버리 채널 등에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의 원인과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내놓을 정도였습니다. 채널은 모르겠지만 당시 TV에서 해외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서 나오는걸 보고 기가 막혀 했던 일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21세기에 들어선지도 이제 10년, 다음번 다큐멘터리가 나올 때가 된 것이라서 이런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부실공사의 오명은 전통으로서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일까요?

어느쪽이든 간에, 국가적 망신이니 뭐니 하는 소리를 떠나 확실한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더 이상 사람이 다치는 일만은 없어야 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