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은 모르는 풍경이었다.
버스를 탄 시각은 아침 6시35분 쯤이었을거다.
전날 점심에 술을 마신 탓일까, 아니면 오후에 잠들지 않으려 커피를 언거푸 몇잔이나 마신 때문일까. 밤에 통 잠이 오질 않아 책을 읽다보니 어느샌가 밖은 환하게 물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출근시간이 다가오자 몸 속 깊숙한 곳에서 스며올라오는 피로감에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흔들리는 버스는 어린시절의 요람을 생각나게 한다. 이미 몇년간의 출퇴근 생활로 인해 적응되어버린 덕분에 버스만 타면 웬만큼 커피를 들이키지 않는 이상은 편안하게 잠들 수 있다.
잠에서 깬 원인은 쳐다볼 것도 없었다. 시끄럽게 떠드는 여고생들, 그에 지지 않으려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남학생들, 간간히 침마저 튀기며 거리의 누군가를 욕하는 그런 모습들. 나도 저럴때가 있었는데, 라는 아저씨스러운 생각을 한다.
평소 버스를 타는 시간은 항상 조용했기에 이런 왁자지껄함은 정말 오랜만이다.
시계를 바라봤다. 7시 15분, 머릿속은 순식간에 계산을 내렸다. 창 밖의 풍경과, 시간을 감안했을때 평소 출근할때 이용하던 2곳의 역은 이미 예전에 지나버린 것 같다고.
시끄러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위를 둘러본다. 낯선 풍경들이 마음을 사로 잡는다. 잠시 6호선의 한 지하철역에서 내릴까 잠시 고민하다 낯선 풍경에 취해 버스에 몸을 계속 실었다.
고등학생들이 어느 대학의 부속고에서 우르르 내리자 버스 안은 순식간에 적막이 감돈다. 엔진소리도, 기타 잡다한 소리들도 그저 평온하게만 들려온다.
어느샌가, 출근하는 것이 아니라 이대로 버스를 타고 한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도 좋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고보니 예전, 서울에서 부산까지 버스만 갈아타고 가본 사람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는 분명 고속버스가 아닌, 일반 버스를 타고 즐길 수 있는 여행의 즐거움을 알았기에 그랬던 것이 아닐까.
이대로 몸을 싣고 어디까지라도 가고 싶다. 갈수록 정말 처음 보는 동네들이 나오지만 이 버스의 종점을 알고 있기에 크게 걱정이 들진 않는다.
그래도 출근은 해야한다. 그렇게 달리다 눈에 띈 3호선의 어느 역에 내렸다.
생각치도 못했던 아침의 여행은 익숙한 지하철역에 도착하며 끝났다. 이제부턴 다시 출근, 그리고 끝없는 업무의 시작이다.
아. 참고로 한잠 늘어지게 잔 덕에 평소보다 15분 늦게 출근했다.



덧글
차원이동자 2009/08/26 19:01 # 답글
하. 느긋한 분위기 좋습니다.
다크엘 2009/08/26 20:20 #
평소 마음속의 소망이 튀어나오는거지요...느긋하고 평온하게 살고 싶다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