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사를 쓴다는 것... My Story

우리나라 기자는 왜 욕을 먹을까 - 미타민님의 이글루에서 트랙백

웬만하면 민감한 소재에는 손을 안대는, 예나 지금이나 마이너를 지향하는 블로거 다크엘입니다..만, 어쨌거나 직업상 눈이 안갈수가 없네요. 댓글을 달려 하다가 글이 좀 늘어져서 트랙백합니다. 손가는 대로 죽 써서 글이 좀 정리가 안된 면도 있으니 양해부탁드립니다.



블로그에서 뉴스비평 한다고 끄적대기 시작하다 기자가 된 흔치 않은 케이스라 그런지 저는 초년병 시절 기사가 아니라 칼럼을 쓰는 것 같다고 많이 혼나기도 했었고, 제법 업계를 돌아다닌 현재도 글 솜씨는 썩 좋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생각해보니 정말 처음에는 기자수첩과 기사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한참 헤매였던 기억이 아련하군요. 지금이야 그냥 글을 쓰며 생각을 집어넣으면 기자수첩이고 생각을 완전히 빼버리고 오로지 팩트로만 적으면 기사다. 라고 봅니다.

기사와 칼럼으로부터 시작된, 트랙백한 글을 읽다보니 드는 생각은 미국과 한국 '풍토의 차이'가 가장 크다고 봅니다. 저의 경우는 증권부라는 특성상 팩트를 신봉하는 쪽이긴 합니다만, 기자의 사견이 들어간 기사를 원하는 분들도 계시다는 것 또한 어떻게 생각해보면 참 난감한 일이겠지요.

사실 아무리 글솜씨가 부족한 사람이라도 하나의 기사를 가지고 시간을 들여 다듬고 몇번씩 퇴고하고 제출한다면 분명 좋은 기사를, 소위 회자되는 '발로 쓴 기사'라 할지라도 양질의 기사로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한국의 상황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적지 않은 이들이 간과하는 사실입니다만 한국의 일선 기자들은, 어느 매체던 마찬가지로 매일 수십통의 전화, 메일과 시장동향을 체크하고 이곳저곳에서 개최되는 간담회에 나가면서 기사를 고속으로 뽑아내고, 출입처가 있는 경우는 그곳까지 돌면서 동정을 파악하고 거기에 더불어 타 매체와는 다른 기사를 만들 수 있는, 소위 '꺼리'를 잡아내라는 요구까지 받습니다.

전에 군대 있을때 만났던 모 중앙일간지의 기자가, 상당히 피곤해보이길래 물어봤더니 일주일간 집에 못들어갔다고 하더군요. 수습때라 그랬겠지만, 수습이 끝나 정식으로 기자가 된다 하더라도 격무에 시달리는 것은 똑같습니다.

예전에..그러니까 2007년쯤일까요. 신문사에 들어가기 위해 인터넷에서 회사를 찾다보니 '매일 기사 1개 이상 작성'이 의무로 되어 있는 회사도 있더군요. 당시엔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루에 너댓개도 하던 때라 정말 가볍게 생각하고선 1개 정도야. 했지만 나중에(당연하지만 제가 지금 일하는 회사는 아닙니다) 업계를 알게 되고 나서 저 1개가, 나가서 취재해와서 타 매체에 보도되지 않은 이야기를 잡아와서 기사를 1개씩 만들라는 요구란 걸 깨닫게 됐지요.

기자들이 굳이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힘들어하고 징징대는 것은 프로로서의 개념이 없는 거죠. 그리고 덧붙이자면 '귀찮아서'라는 이유도 있습니다. 친분이 있는 모 중앙 일간지의 기자에게 "블로그가 있으면서 왜 잘 안하냐"고 물었더니 "매일 기사를 쓰는데, 거기에 블로그까지 하려니 일의 연장선 같은 느낌이 들어서 솔직히 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군요.

서두에도 이야기 했고, 미타민님의 글에도 나오지만, 한국에서 기사에 기자의 생각이 반영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미국과는 '풍토'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수가 없습니다.

적잖은 이들이 좋게 말하면 사실관계 확인 부족, 나쁘게 말하면 소설, 혹은 발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많다고들 합니다. 딱히 변명하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제 주위에는 저와는 달리 다들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터라 현재의 열악한 상황에서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중에는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제가 봐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는 걸 부정하긴 힘들군요.

칼럼과 기사의 분리에 대해서는 오래 숙고해볼 만한 문제이긴 하지만, 한국 저널리즘의 특성상 약간의 사견이 담기는 것이 대체적인 풍이지만, 그렇지 않은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는 기자들은 많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시간에도 그런 문제는 생각도 않은 채 박봉과 시간에 쫒기며 좋은 기사를 여러분에게 전달하려 노력하는 기자들은 정말 많다는 걸 잊지만 말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몇자 투닥거려 봅니다.


덧.....한 20분 놀았으니 다시 일하러 갑니다.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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